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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이야기

'보통명칭화': 너무 유명해져서 식별력을 잃은 브랜드들

by Life&Law 2025. 8. 12.

상표의 보통명칭화와 관련된 이미지

 

"딱풀 있어요?", "초코파이 먹고 싶다", "호치키스로 찍어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런 말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그런데 혹시, 이 이름들이 원래는 특정 회사의 '독점적인 브랜드 이름', 즉 상표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모든 브랜드의 꿈인 '국민 브랜드'가 되는 순간, 오히려 독점적인 권리를 잃게 될 수도 있는 역설적인 현상, 바로 '보통명칭화(genericide)'입니다. 오늘은 성공한 브랜드일수록 왜 더 철저한 상표 관리가 필요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보통명칭화'란

'보통명칭화'란, 특정 회사의 상표가 너무나도 유명해진 나머지, 소비자들이 그 이름을 더 이상 특정 브랜드로 인식하지 않고, 그 종류의 상품 전체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처럼 사용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아무도 '탄산음료'라는 뜻으로 쓰지 않습니다. 명확히 '코카콜라 컴퍼니'의 제품을 떠올리죠. 하지만 '초코파이'는 오리온의 제품뿐만 아니라 롯데나 해태의 비슷한 과자까지 모두 '초코파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이렇게 되면 상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하는 힘(식별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2. 대표적인 사례

우리 법원에서 실제로 보통명칭화를 이유로 독점적인 상표권을 인정하지 않은 유명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 초코파이: 오리온이 처음 출시했지만, 너무나도 국민적인 간식이 되면서 '동그란 초콜릿 코팅 마시멜로 과자'를 지칭하는 보통명사처럼 굳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초코파이라는 명칭은 특정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식별력이 없다"고 판결하여, 현재는 다른 회사들도 '초코파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딱풀: 아모스가 만든 고체 풀의 대명사죠. 하지만 지금은 길쭉한 원통형 고체 풀 전체를 '딱풀'이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나 일반적입니다. 이 역시 법원에서 독점적인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 호치키스 (Hotchkiss): 스테이플러를 의미하는 이 단어 역시 원래는 미국의 'E. H. Hotchkiss'라는 회사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일반 명사로 굳어져 누구도 특정 브랜드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 이 외에도 세계적으로는 아스피린(Aspirin), 에스컬레이터(Escalator), 보온병(Thermos) 등이 너무 유명해져 상표권을 잃은 사례로 꼽힙니다.

 

3. 보통명칭화의 결과

내 브랜드가 보통명칭화되면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맞게 됩니다.
  • 독점적 사용권 상실: 더 이상 나만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내 브랜드 이름과 똑같은 이름의 제품을 출시해도 막을 방법이 사라집니다.
  • 브랜드 가치 희석: 내가 쌓아 올린 브랜드의 명성과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 권리 행사 불가: 신규 상표 등록이 거절될 뿐만 아니라, 이미 등록된 상표권도 무효가 되거나 갱신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4. '보통명칭화'를 막기 위한 브랜드 관리 전략

그렇다면 이 무서운 '보통명칭화의 저주'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로벌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합니다.
  • 상표와 일반 명사를 함께 사용하기: '대일밴드 일회용 반창고', '제록스 복사기', '햇반 즉석밥'처럼, 내 브랜드 이름 뒤에 항상 상품의 종류를 나타내는 일반 명사를 붙여서 광고하고 사용합니다.
  • 고유한 디자인과 로고 강조: 이름만으로는 부족할 때, 독특한 로고나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시각적으로 우리 브랜드임을 끊임없이 알려줍니다.
  • 적극적인 권리 행사: 다른 회사가 내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일반 명사처럼 사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경고하고 법적 조치를 취합니다.

 

'보통명칭화'는 브랜드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순간 찾아오는 달콤하고도 위험한 덫과 같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을 넘어, 내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불리고 인식되는지 끊임없이 관리하고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브랜드가 먼 훗날에도 고유한 가치를 지닌 '상표'로 남을지, 아니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보통명사'가 될지는 바로 지금의 브랜드 관리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