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대학원생이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얻어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또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 유치를 위해 시제품을 만들어 박람회에 멋지게 전시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이들이 '특허권'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특허의 심장과도 같은 '신규성' 원칙과, 자칫 잘못하면 내 발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공개' 행위, 그리고 다행히 우리 법이 마련해 둔 '공지예외주장' 제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특허의 '신규성'과 그 상실
특허를 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원칙은 바로 '신규성(Novelty)'입니다. 이는 특허를 출원하는 날, 여러분의 발명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출원일 이전에 단 한 번이라도 그 기술이 대중에게 알려졌다면, 그것을 '공지(公知)되었다'고 하며, 신규성을 잃어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 발명의 '신규성'을 잃게 만드는 행위들
많은 분들이 '내가 직접 공개한 건데 괜찮지 않을까?'라고 오해하지만, 발명가 자신의 공개 행위도 예외는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행위는 모두 신규성을 상실시키는 '공지' 행위에 해당합니다.
- 학술 논문 게재 및 학회에서의 구두 발표
- 박람회, 전시회 등에 시제품 출품
- 신문, 잡지, TV 등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
-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 기술 내용을 게시
-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
이처럼 어떤 형태로든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신규성은 사라집니다.
2. 공지예외주장 제도
그렇다면 논문을 꼭 써야 하는 연구원이나, 제품을 먼저 알려야 하는 스타트업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행히 특허법 제30조는 이런 경우를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바로 '공지예외주장' 제도입니다.
(1) 공지예외주장이란: 공개했어도 12개월 안에 출원
'공지예외주장'이란, 발명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기술을 공개했더라도, 그 공개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특허를 출원하면서 소정의 절차를 밟으면, 그 공개 행위로 인해 신규성을 잃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심사해 주는 제도입니다.
(2) 공지예외주장 방법
이 제도는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출원인이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원칙적인 절차]
- 출원 시 주장하기: 특허 출원서를 제출할 때, "공지예외주장을 적용받으려 합니다"라는 취지를 반드시 기재해야 합니다.
- 증명서류 제출하기: 출원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개했는지 증명할 수 있는 서류(논문 사본, 박람회 팸플릿 등)를 특허청에 제출해야 합니다.
[누락 시 구제 절차]
만약 위 절차를 깜빡하고 출원서에 공지예외주장을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특허법」 제30조 제3항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소정의 보완수수료를 납부하면, 아래 기간 내에 주장을 보충하거나 증명서류를 낼 수 있습니다.
- 심사 진행 중: 심사관으로부터 의견제출통지서를 받았다면, 그에 대한 의견서 제출 기간 내에 보완할 수 있습니다.
- 등록 결정 후: 심사를 통과하여 특허결정서를 받았다면, 등록료를 납부하기 전까지(결정서 등본 송달 후 3개월 내) 보완이 가능합니다.
3. 꼭 알아둬야 할 점!
이 제도는 훌륭한 안전망이지만, 처음부터 이 제도를 믿고 행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특허 전략의 가장 중요한 점은 언제나 '선출원, 후공개'입니다.
- 해외 출원 시 문제: '공지예외주장' 제도는 각 나라마다 규정이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12개월을 인정해 주지만,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는 예외를 거의 인정하지 않아 해외 특허를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제3자 개입 위험: 내가 기술을 공개한 후 특허를 출원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다른 사람이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여 먼저 공개하거나 출원하면 내 특허 등록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 입증의 책임: 공개 사실과 날짜를 증명해야 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출원인에게 있습니다.
'신규성'은 특허에서 가장 중요한 절대적인 원칙입니다. 그리고 '공지예외주장'은 한 번의 실수로 그 생명을 잃지 않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12개월의 소중한 안전망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구제 수단임을 잊지 마세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여러분의 소중한 발명을 세상에 알리기 전, 단 하루라도 먼저 특허청에 출원하여 '출원일'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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