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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이야기

상표권 침해 경고장(내용증명)을 받았다면? 단계별 대응 매뉴얼

by Life&Law 2025. 9. 9.

 

어느 날, 우체국을 통해 배송된 '내용증명' 우편물을 열어보니, "귀하가 사용하는 명칭은 당사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손해를 배상하라"는 무서운 내용의 '상표권 침해 경고장'이라면?

머리가 하얘지고, "이제 사업을 접어야 하나?", "소송에 휘말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리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0. 가장 먼저 할 일

경고장을 받았다면, 다음 세 가지를 먼저 기억하세요.

  • 패닉 금지: 내용증명은 법원의 판결문이 아닌, 상대방의 '공식적인 주장'일뿐입니다. 법적 강제력은 없으니 일단 심호흡하세요.
  • 무시 금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 없이 무시하면 추후 소송으로 비화되었을 때 '악의적인 침해자'로 비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대응해야 합니다.
  • 섣부른 연락 금지: 당황해서 상대방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몰랐다", "죄송하다" 등의 말을 하는 것은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섣부른 인정이나 감정적인 대응은 절대 금물입니다.

 

1. 상대방의 권리 분석

이제부터 냉철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먼저 상대방이 정말로 나를 공격할 '유효한 무기'를 가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허정보넷 키프리스(KIPRIS)에 접속하여 상대방이 주장하는 상표를 검색해 보세요.

  • 체크리스트 1: 정말 '등록된' 상표인가?
    '출원' 상태가 아닌, 최종 '등록'된 상표인지 확인합니다. 등록되지 않은 상표는 아직 독점적인 권리가 없습니다.
  • 체크리스트 2: 권리가 '살아'있는가?
    등록료(갱신료)를 제때 내지 않아 권리가 '소멸'된 상태는 아닌지 확인합니다. 죽은 권리로는 공격할 수 없습니다.
  • 체크리스트 3: '지정상품'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상표가 어떤 상품(서비스업)에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내 사업 분야와 전혀 다른 분야라면 침해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 상대방은 '의류'에 등록, 나는 '카페' 운영)

 

2. 나의 사용 형태 점검

상대방의 권리가 유효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면, 이제 나의 사용 형태가 그 권리를 정말로 침해하는지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 체크리스트 1: 상표가 '유사'한가?
    나의 상표와 상대방의 상표가 외관(보이는 모습), 칭호(불리는 소리), 관념(의미) 면에서 소비자들이 혼동을 일으킬 만큼 유사한지 판단합니다.
  • 체크리스트 2: 상품이 '유사'한가?
    나의 상품(서비스)이 상대방의 '지정상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분야에 속하는지 확인합니다.
  • 체크리스트 3: '상표적 사용'인가?
    내가 그 명칭을 '내 브랜드'임을 알리는 '상표'로서 사용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상품의 품질이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설명'으로서 사용했는지 검토합니다. (예: '애플' 컴퓨터는 상표적 사용, '애플' 맛 사탕은 설명적 사용일 수 있음)

 

3. 활용 가능한 법적 대응 방안 검토

수동적으로 방어만 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 권리의 흠결을 지적하여 역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법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는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 대응 방안 1: 불사용취소심판 청구
    상대방이 등록만 해놓고 해당 상표를 정당한 이유 없이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면,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하여 그 권리를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 대응 방안 2: 무효심판 청구
    상대방의 상표가 등록될 당시, 사실은 식별력이 없었거나 나보다 더 유명한 상표가 이미 존재하는 등 등록되어서는 안 될 이유가 있었다면 '무효심판'을 통해 권리를 원천적으로 무효화시킬 수 있습니다.

 

4. 대응 전략 수립 및 답변

위의 분석을 모두 마쳤다면, 이제 최종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 Case 1: 침해가 명백한 경우 → '빠르게 인정하고 협상하기'
    분석 결과 침해가 명백하다면, 시간을 끌기보다는 빠르게 사용을 중단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손해배상에 대해 협상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일 수 있습니다.
  • Case 2: 침해가 아닌 것이 명백한 경우 →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상표나 상품이 유사하지 않는 등 침해가 아님이 확실하다면, "귀하의 상표와 나의 상표는 이러이러한 점에서 유사하지 않으므로 침해가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답변서를 보내야 합니다.
  • Case 3: 애매한 경우 → '전문가와 함께 신중하게 대응하기'
    침해 여부가 불분명한 대부분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섣불리 대응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최적의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상표권 침해 경고장을 받는 것은 분명 당황스럽고 스트레스받는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 알려드린 매뉴얼에 따라 차분하게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하고 내 소중한 사업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이 과정은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경고장을 받았다면 그 즉시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반드시 변리사 등 지식재산권 전문가와 상담하여 최선의 길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내 브랜드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