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스마트폰, 책, 거리의 간판을 통해 수천, 수만 개의 글자를 마주합니다. 똑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글자체로 쓰였느냐에 따라 진지하게, 혹은 유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아름다운 한글글자체 디자인 선정 대회'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글자체 디자인이 무엇일까?" 궁금해하셨을 수 있을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단순한 글씨를 넘어, 글자체 디자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글자체 디자인이란? - 등록 요건
“글자체”란 기록이나 표시 또는 인쇄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형태로 만들어진 한 벌의 글자꼴(숫자, 문장부호 등의 꼴을 포함한다)을 말합니다. 나아가 글자체 디자인이란, 정해진 규칙과 일관된 스타일 아래 '가, 나, 다, 라…'부터 'A, B, C…', 숫자, 문장 부호에 이르기까지 모든 글자 가족인 '한 벌'을 하나의 통일된 형태로 디자인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 기본 조건: 기록이나 표시 또는 인쇄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형태로 만들어진 한 벌의 글자꼴일 것을 만족해야 합니다(디자인보호법 제2조).
- '한 벌'의 의미:'가', '나', '다' 등 개별 글자 디자인의 단순한 모음이 아니라, 전체 글자들이 통일된 조형성과 규칙성을 가지고 하나의 시스템처럼 만들어진 세트를 의미합니다.
- 만약 '한 벌'이 아니라면?: 예를 들어, 독특하게 디자인된 '꽃'이라는 단어 하나만 출원한다면, 이는 '글자체 디자인'이 아니라 로고나 그래픽 같은 '일반 디자인'으로 심사받게 됩니다. - 공업상 이용가능성: 디자인된 글자체가 인쇄, 출판, 영상 자막, 컴퓨터 파일 형태 등으로 반복하여 양산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글자체 디자인의 경우, 디지털 파일로 제작되어 무한히 복제 및 사용이 가능하므로 이 요건은 대부분 충족됩니다.
- 신규성: 디자인을 특허청에 출원하기 전에 해당 글자체 디자인이 국내외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공개된 적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 진보성: 해당 분야의 평균적인 디자이너가 기존에 널리 알려진 여러 글자체들의 형태를 보고 아주 쉽게 생각해내거나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의 디자인이 아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고딕체의 굵기만 살짝 바꾸거나, 명조체의 삐침(세리프) 모양만 약간 변경하는 등 흔한 변형은 창작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기존 디자인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독창적인 미적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 디자인보호법 제2조(정의)
1. “디자인”이란 물품[물품의 부분, 글자체 및 화상(像)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美感)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2. “글자체”란 기록이나 표시 또는 인쇄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형태로 만들어진 한 벌의 글자꼴(숫자,
문장부호 및 기호 등의 형태를 포함한다)을 말한다.
2. 좋은 글자체 디자인
- 가독성 (Readability):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얼마나 명확하고 편안하게 읽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특히 책이나 신문처럼 긴 글에 사용될수록 가독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 심미성 (Aesthetic Appeal): 글자 자체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입니다. 균형이 잘 맞는지, 곡선은 부드러운지, 전체적인 인상이 매력적인지를 의미합니다.
- 독창성 (Originality): 기존의 수많은 글자체와는 다른, 디자이너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특징이 담겨 있는지를 봅니다.
- 활용성 (Usability): 제목용, 본문용 등 다양한 목적에 두루 사용될 수 있는지, 여러 크기에서도 잘 보이는지, 다른 글자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지 등 실용적인 측면을 의미합니다.
3. 글자체의 가치와 권리
잘 만들어진 글자체는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기업이나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배달의민족'의 '도현체', '아모레퍼시시픽'의 '아리따 부리'처럼, 고유한 글자체는 그 자체로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합니다.
그렇다면 이 소중한 창작물은 어떻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 디자인권: 글자체 각각의 모양, 즉 '글자의 외모'는 디자인보호법에 따라 디자인권으로 등록하여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 저작권: 우리가 컴퓨터에 설치하는 글자체 '파일(.ttf, .otf 등)'은 그 자체가 하나의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로 인정되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따라서 허락 없이 폰트 파일을 복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글자체 디자인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무심코 지나치던 간판의 글씨, 책 속의 문장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시나요? 모든 글자에는 디자이너의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잘 만들어진 글자체는 단순한 창작물을 넘어 법적으로 보호받는 소중한 '지식재산'입니다. 여러분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권리를 확보하는 일에 도전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2025년 우리말 우수상표 및 아름다운 한글글자체 디자인 선정대회", 글 보러 가기!
[지식재산권 이야기] - 2025년 우리말 우수상표 및 아름다운 한글글자체 디자인 선정대회 개최 안내 - 접수기간, 대상, 접수방법, 평가, 주요일정
2025년 우리말 우수상표 및 아름다운 한글글자체 디자인 선정대회 개최 안내 - 접수기간, 대상, 접
우리말과 글꼴로 만든 감성, 지식재산으로 지킨다 수많은 외국어와 신조어 속에서도 우리 한글만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과 힘이 있습니다.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을 장려하고, 그 가치를 산업
law.yunistar.com
'디자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분디자인 제도 : 부분디자인이란, 부분디자인 권리범위, 부분디자인출원 (122) | 2025.08.20 |
---|---|
디자인 이야기 - 디자인권의 존속기간, 연차료, 디자인권의 효력 (141) | 2025.08.03 |
디자인 이야기 - 디자인권이란, 디자인권 등록 조건, 디자인권 등록 방법 (89) | 2025.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