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하고,
와이파이에 접속하고,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이런 기능 뒤에는 수많은 기술표준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표준을 구현하려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특허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런 특허를 보통 표준특허, 영어로는 Standard Essential Patent, SEP라고 부릅니다.
표준특허는 일반 특허와 무엇이 다르고, 삼성전자·퀄컴·에릭슨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왜 표준특허 확보에 많은 투자를 하는지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표준특허란?
표준특허는 특정 기술표준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특허를 의미합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표준특허를 특정 기술표준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발명을 보호하는 특허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동통신 표준에
단말이 특정 방식으로 신호를 전송해야 한다
라는 규칙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을 구현하려면 A회사가 보유한 특허 기술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면,
그 특허는 해당 표준에 대한 표준필수특허가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단순히
“표준과 관련이 있는 특허”
가 아니라
“표준을 그대로 구현하면 피하기 어려운 특허”
라는 점입니다.
ETSI 역시 필수특허를 해당 표준을 준수하면서 기술적으로 그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로 설명합니다.
표준이란 무엇일까?
먼저 표준부터 이해하면 쉽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회사마다 서로 다른 통신방식을 사용한다면 기기끼리 연결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제조사마다 독자적인 이동통신 방식을 사용한다면
A회사 스마트폰은 A회사 기지국에서만 통신되고,
B회사 스마트폰은 B회사 통신망에서만 작동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산업에서는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이 함께 기술규격을 정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5G·LTE
Wi-Fi
Bluetooth
영상·음성 코덱
등입니다.
기술표준은 서로 다른 제조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호환될 수 있도록 공통된 기술규칙을 제공합니다. WIPO도 표준의 중요한 기능으로 제품과 서비스 사이의 상호운용성과 호환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5G 표준특허를 예로 들어보면
스마트폰이 5G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정해진 5G 기술규격을 따라야 합니다.
이동통신 표준화에서는 수많은 회사가 새로운 기술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기지국과 단말이 어떤 신호를 주고받을지,
안테나 빔을 어떻게 선택할지,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재전송할지,
채널 상태를 어떻게 측정하고 보고할지
같은 기술들이 논의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회사가 개발한 기술이 표준규격에 채택되고,
그 기술을 보호하는 특허가 표준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라면
해당 특허는 5G 표준특허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 특허와 표준특허는 무엇이 다를까?
표준특허도 법적으로는 기본적으로 특허입니다.
특허청에서 별도의 ‘표준특허’라는 종류의 특허를 따로 심사해 발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WIPO 역시 특허 심사 관점에서는 SEP가 일반 특허와 별도의 특허 카테고리로 취급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차이는 해당 특허가 표준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에 있습니다.
일반 특허의 경우 경쟁사가 해당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기술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표준특허가 정말로 필수적이라면 해당 표준을 구현하는 기업은 그 특허기술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5G 기능을 구현하려면 반드시 해당 특허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면
스마트폰 제조사가 그 기능을 구현하면서 특허를 우회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표준특허는 일반 특허보다 훨씬 높은 사업적 가치를 가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표준특허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많은 경우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합니다.
↓
그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합니다.
↓
동시에 또는 이후 표준화기구에 해당 기술을 표준기술로 제안합니다.
↓
여러 기업의 논의를 거쳐 제안된 기술이 실제 표준규격에 반영됩니다.
↓
해당 특허의 청구항이 최종 표준규격을 구현할 때 반드시 사용되는 구조라면 표준필수특허가 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특허만 있다고 표준특허가 되는 것도 아니고, 표준에 기고문을 제출했다고 표준특허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특허 청구항과 최종 표준규격 사이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표준특허에서 ‘청구항’이 중요한 이유
특허권의 실제 보호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청구항입니다.
따라서 명세서 전체에 표준기술과 비슷한 설명이 들어 있다고 해서 바로 표준특허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5G 표준문서에는 A, B, C 동작이 모두 정의돼 있는데
특허 청구항에는 A와 B만 있고 핵심적인 C 동작이 빠져 있다면
표준필수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가 표준문서에 명확하게 대응된다면 표준과 특허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이 때문에 표준특허 업무에서는 흔히
청구항의 구성요소
와
표준문서의 대응 규정
을 하나씩 비교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이를 실무에서는 흔히 Claim Chart, 즉 청구항 대비표 형태로 정리합니다.
표준특허 선언과 실제 필수성은 다를 수 있다
여기서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업이 어떤 특허를 표준화기구에
“우리 특허가 이 표준에 필수일 수 있다”
라고 선언했다고 해서
그 특허가 자동으로 법적으로 확정된 표준특허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ETSI는 ETSI 및 3GPP 표준에 대해 필수 또는 잠재적으로 필수라고 선언된 특허정보를 공개 데이터베이스로 운영합니다.
하지만 실제 분쟁이나 라이선스 협상에서는
정말 표준 구현에 필수적인가
특허가 유효한가
등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WIPO도 표준특허 분쟁에서 특허의 유효성과 실제 표준필수성이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SEP 선언 = 필수성 확정
이라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FRAND란?
표준특허를 이야기할 때 거의 항상 함께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FRAND
입니다.
FRAND는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는 보통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
이라고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특허기술이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통신표준에 포함됐다면 다른 회사들은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수 있습니다.
이때 특허권자가
“우리 특허를 쓰려면 제품 한 대당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내라”
라고 요구한다면 표준 자체의 확산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특허권자의 기술을 누구나 아무런 대가 없이 사용하게 한다면 연구개발에 투자한 기업 입장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표준특허권자와 표준을 사용하는 기업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FRAND 개념이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WIPO는 FRAND가 표준기술 개발자의 연구개발 투자 회수와 표준을 구현하는 기업의 기술 접근 사이의 균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표준특허라고 무조건 무료로 써도 될까?
그렇지 않습니다.
표준에 포함된 기술이라고 해서 특허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표준특허권자는 일정한 조건에서 라이선스 비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ETSI의 IPR 정책 역시 표준에 필수적인 특허에 대해 FRAND 조건에 따른 라이선스를 기본 원칙으로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폰이나 통신장비 제조기업들은 제품을 판매하면서 여러 표준특허권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표준특허는 왜 가치가 높을까?
표준특허가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전체와 연결될 가능성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세계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같은 이동통신 표준을 사용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표준을 구현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면 해당 특허는 특정 회사의 제품 하나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해당 표준을 구현하는 수많은 기업의 제품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표준특허는
기술 경쟁력
뿐 아니라
라이선스 수익
기업 간 특허 협상
크로스 라이선스
등에서도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표준화회의에 참여하는 이유
5G와 같은 통신표준을 만드는 회의에는 세계 여러 기업이 참여합니다.
왜 많은 비용과 인력을 들여 표준화회의에 참여할까요?
단순히 기술규격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자사가 연구한 기술을 표준에 반영하면 향후 시장에서 해당 기술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기술에 대한 특허를 미리 확보하고 있다면
표준화
와
특허
를 함께 활용한 사업전략을 만들 수 있습니다.
ETSI도 표준화 과정에 특허기술이 포함될 수 있으며, 표준화와 지식재산권의 균형을 위해 IPR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먼저 특허를 내야 할까, 표준을 제안해야 할까?
표준특허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표준화회의에 새로운 기술을 공개하기 전에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 여부를 먼저 검토합니다.
표준화 기고문에 기술내용을 공개한 뒤 뒤늦게 특허를 출원하면 국가별 신규성 규정이나 공개 시점에 따라 특허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구개발과 표준화, 특허 업무를 별개로 관리하기보다는
기술개발
↓
특허출원
↓
표준화 기고
↓
표준 반영 추적
↓
특허 청구항 정비
와 같은 흐름으로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표준이 바뀌면 특허도 확인해야 한다
표준은 한 번 만들어지고 끝나는 문서가 아닙니다.
표준화 과정에서는 기술규격이 계속 수정됩니다.
ETSI 역시 표준과 기술규격이 장기간 유지·관리되고 업데이트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처음 표준에 제안했던 기술과 최종 표준에 들어간 기술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 특허 청구항만 만들어두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 진행 상황을 계속 확인하면서
필요한 경우 계속출원이나 분할출원 등을 통해 최종 표준과 권리범위의 관계를 검토하는 전략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표준특허는 통신에만 있을까?
아닙니다.
표준특허는 이동통신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다른 기술분야에서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Wi-Fi
Bluetooth
영상 코덱
음성 코덱
자동차 통신
IoT
등 다양한 산업에서 표준과 특허가 만납니다.
최근에는 자동차가 통신기능을 갖추고 수많은 IoT 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면서 표준특허 문제도 통신회사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고 있습니다.
WIPO 역시 SEP가 ICT 분야에서 특히 널리 사용되지만 표준개발기구의 표준은 다양한 산업분야에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특허풀은 무엇일까?
표준 하나에는 수백개, 수천개 이상의 특허가 관련될 수 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수많은 특허권자와 각각 라이선스 협상을 한다면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한 방식 중 하나가 특허풀(Patent Pool)입니다.
여러 특허권자가 표준과 관련된 특허를 한데 모아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제품 제조사는 특허풀을 통해 여러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고,
특허권자들은 계약에 따라 로열티를 배분받을 수 있습니다.
WIPO 역시 일부 표준특허권자들이 독점규제법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특허풀을 구성하고 표준 라이선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표준특허 확보에서 중요한 것은 특허 숫자만이 아니다
기업이
“표준특허를 몇 천 건 보유했다”
라고 발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특허 숫자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가치에서는 단순한 숫자보다
실제 표준필수성이 얼마나 높은지
핵심 기능을 얼마나 넓게 커버하는지
특허가 주요 국가에서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청구항이 표준규격과 얼마나 명확하게 매칭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표준특허에서는
양뿐 아니라 질
도 중요합니다.
표준특허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표준특허를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면
“기술표준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특허”
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특허 출원,
표준화,
필수성 판단,
FRAND,
라이선스,
특허분쟁
이 모두 연결된 상당히 복잡한 분야입니다.
특히 5G와 6G처럼 세계 수많은 기업이 같은 표준을 사용하는 산업에서는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그 기술을 표준에 반영하고
적절한 특허권으로 확보하는 것
까지가 기업의 중요한 기술전략이 됩니다.
핵심만 다시 정리
표준특허는 특정 기술표준을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특허입니다.
5G, LTE, Wi-Fi, Bluetooth 등 다양한 기술표준에서 표준특허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표준특허도 일반 특허와 동일한 특허제도를 통해 출원·심사되며, 특허청이 별도의 ‘표준특허’라는 권리를 발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표준에 관련된 특허
와
표준을 구현하면 반드시 사용되는 특허
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표준화기구에 SEP로 선언됐다고 해서 실제 필수성이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실제 표준특허 전략에서는
표준문서
와
특허 청구항
을 세밀하게 비교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6G, 인공지능 기반 통신, 커넥티드카, IoT 등 다양한 기술이 표준화될수록 표준특허의 중요성도 계속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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